2007년 9월 22일 토요일

인도네시아 여행기 - 16 in Gili Trawangan, Lombok


Gili 섬의 아름다운 열대어들.(웹 발췌)

   마치 거대한 수족관에 온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주변이 온통 형형색색의 열대어들로 가득하다. 아래에는 아름다운 산호초 와 코쿤들. 거기서 내뿜는 플랑크톤 과 그것을 먹고 사는 물고기들. 대형 수족관 안에서 기상천외한 열대어들과 같이 유영하고 있다. 마치 서로 격려라도 해주는 것 처럼. 옆에서 뻐끔거리기도 하고 공기방울을 쉼없이 내뿜어 가면서.. 마치 감정의 교류라도 하는 것처럼...이 모든것들이 지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의 낮선 느낌을 갖게 해주는데 물속에 있다보면 잠시나마 세상에서의 삶과 완전히 단절되어 살아간다는 착각이 든다.

   가물치 인가? 길이 약 1.5 ~ 2m 정도에 커다란 입을 가지고 산호초 밑에 몸을 웅크리고 뻐끔 거리고 있다. 먹이를 기다리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근데 왜 저렇게 주둥이를 뻐끔거릴까.. 이놈은 가까이 가선 위험하다. 턱의 힘이 굉장히 세고 이빨이 날카롭기 때문에 저정도 크기의 가물치면 사람의 뼈 정도는 단번에 끊을수도 있다.


날카롭게 생긴 가물치 (웹 발췌)


   어드밴스 코스 마지막 과정은 예전부터 차마 두려워 입에 담기도 꺼려 했었던, 야간다이빙 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바다에서 수영해본적도 없는데, 바다속 다이빙 이라니...지상과 마찬가지로 바다에도 야행성 물고기 들이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그 자체에서 무엇인가가 뒤에서 덥석! 덮치는건 아닐까... 과연 해낼 수 있을까..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강사인 Bob 에게 얘기를 해 다른 과정으로 옮기면 된다. 간단해. 다른 다이빙 코스도 좋은것 많이 있잖아. 바다속 사진기술 이라든가...search and recovery 등, 흥미거리가 되는건 꽤 많을 텐데...두려우니 마음속에서 또 온갖 나약한 변명거리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결정한 것. 뒤로 물릴순 없다. 쓸데없는 생각 하고 있을 시간에 야간다이빙 에 관한 매뉴얼 한줄이라도 더 보고 철저히 준비해야 겠다.


야간다이빙을 준비하면서 저녁은 오랜만에 럭셔리하게..


   오전에 들은 얘기로는 야간다이빙에 다이빙 마스터인 캐나다인 Becky, 강사이자 버디인 Bob, 나. 이렇게 셋이서 가는걸로 알고 있었기에, 내심 속으로는 '여자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소냐. 두려울것 하나도 없다. 걱정 끝!' 이런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막상 출발하려고 하니 Becky 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녀의 장비도 세팅이 안되어 있다. 무슨 일이지?

"Bob. 나이트 다이빙 누구누구 가?"
"너 그리고 나"
"헉? Becky 는?"
"추워서 안간대 ^^"

   "음~시야 좋고 파도좋고, 완벽해" Bob 이 후레쉬를 들고 바다속으로 첨벙 뛰어 들어가 대충 살펴보고 나오더니 대뜸 하는말. 나를 안심시키려고 일부러 저러는걸까? 대부분의 다이버들은 처음하는 야간 다이빙에서는 긴장 하기 마련. 노련한 강사인 Bob 이 그걸 모를리 없었다.

   그에게 deep breathing 을 배운 후로 평균잠수 시간이 약 15분 가량 늘어났다. 중요한 호흡기법을 배운셈. 편안하게 생각하면 그만큼 몸도 마음도 편안해 진다는 간단한 진리를 가르쳐 준 셈. flash light 의 조작법및 간단한 야간다이빙 브리핑을 마치고 드디어 입수준비. 포인트 이름은 Bio Rock city 다. Gili Islands 의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 중 하나인 곳을 야간다이빙때 가보게 되다니, 기대반 걱정반으로 드디어 입수.


길리섬의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 인 Biorock. 산호초 및 자연식물 들을 생산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지어졌다.(웹 발췌)


   고요한 우주. 칠흑같이 어두운 밤의 바닷속을 달리 비유할 표현이 없다. 수심 약 20M. 라이트를 끄면 유명한 해양영화 '어비스' 의 심해장면 처럼 약간의 형상들만 스틸컷 이미지 같이 눈에 잔상으로 잡힌다. 어두움 = 공포 의 공식은 이미 십년도 더 전에 떨쳐버렸었다, 차라리 아예 어두운것이 낳다. 동공이 어둠에 익숙해지면 플래쉬 라이트 같은 불빛은 오히려 시력보호에도 좋지 않고 불안심리만 조성할 뿐이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바다속에서 라이트를 끄니 이상하게 더 안정적인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 천상 어둠의 자식이라서 그러나보다...Orz

거대한 나폴레옹 피쉬가 떼거지로 모여 잠을 자고 있다. 이놈은 입술 두께가 거의 내 얼굴만한 놈도 있다.(웹 발췌)



45cm 는 되보이는 Hermit crab. 무엇인가 뜯어먹고 있는것 같아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자기만한 덩치의 다른 crab 을 잡아먹고 있다.(웹 발췌)



Puff fish. 이랬던 놈이, 성이나면..(웹 발췌)



이렇게 된다.(웹 발췌)



Big cucumber. 크기가 1M 는 넘고, 두께가 약 40cm 는 되는듯.(웹 발췌)


   야간다이빙 뿐 아니라 모든 다이빙에서 중요한건 안정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어떠한 위기상황이 오더라도 침착하게 대응하면 사고를 피할 수 있다. 침착함을 유지해주는 좋은 방법중 하나는 믿음직한 버디를 만나는 것이다. 같이 다이빙 하는 버디가 믿음직 스러우면 당연히 심적으로 편안해지고 좀더 안정적인 다이빙을 할수 있다. 반면, 버디가 초보인데다가 가벼운 성격의 소유자라면 같이 다이빙 하는 사람들도 불안해 질것이다. 다행히 내 버디가 강사인 Bob 이라 첫 야간다이빙 임에도 불구하고 즐기면서 여유롭게 다이빙 할수 있었다.

   "축하해. 넌 이제 Advanced diver 야" 보트에 올라오자 Bob 이 얘기했다. 기뻐해야 하나? 사실 다이빙 몇번 한것뿐인데 certification 이라니,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뭐 합격이라니 일단 축하하고 보자.



야간 다이빙을 마치고. 강사이자 버디였던 영국인 Bob 과 함께


"어땠어? 야간다이빙"
"처음엔 약간 긴장되고 떨렸었는데, 막상해보니 괜찮더라. 재밌던데? ^^"
"우리 46분이나 잠수했어. 오늘 기록이다 기록. 괜찮아 진호?"
"난 괜찮아"

   한국에선 오픈워터 코스를 마치면 약간의 서류작업 후 바로 자격증이 나온다고 했더니, PADI 는 중앙 센터에 등록하고 어느정도 (약 4주) 시간이 지난후에 항공우편으로 certification 이 집으로 배달된다고 한다. Bob 과 인사를 나누고 근처에 Bar 에서 맥주 한잔 하기로 했었지만, 호텔로 돌아가 샤워 및 호텔주인과 가격에 대해 협상을 하는 관계로 늦어졌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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