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시간 정도 봉고차를 타고 가다가 다른 호텔에서 서양인 일가족이 동승한다. 네덜란드사람 이었다. 근데 네덜란드 사람 무슨 키들이 저렇게 큰지, 여자도 그렇고 남자도 그렇고 딸이 한명 있었는데 10대 중/후반 쯤 되었을까 나보다 더 크다 ^^
브로모로 가는길은 그야말로 대장정 이었다. 하루종일 달린 기억 밖에 나질 않는다. 중간에 버스를 갈아타고도 계속 달린다. 브로모 산 근방에서는 우리나라의 대관령 고개 처럼 꾸불 꾸불 한 길이 산 정상까지 이어져 있다. 밤 9시가 넘어서야 브로모 근방 산장에 도착하여 짐을 풀었다.
밖으로 나와 밤하늘을 쳐다보니, 은하수가 보인다. 이런 하늘은 정말 오랜만에 본다. 어렸을적 시골에서 본것외에 이렇게 맑은 하늘을 본적이 있었던가..
한참 감상을 하고 있는데 산장주인(?) 처럼 보이는 아저씨가 브로모 화산 국립공원 입장료 및 호텔까지 의 픽업비용 을 달란다.(얼마였는지 기억이 안남) 지불을 하고 내일 일정에 대해 브리핑을 시작했는데 오전 04:30 분에는 출발해야 일출을 볼수 있으니 04:00 에는 일어나 그룹을 져야 한단다.
내일은 새벽일찍 일어나야 하니, 일찌감치 자자. 씻자마자 마로 침대로 풀썩.
똑똑똑. "일어나세요~" 문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현지인 가이드가 잠을 깨운다. 대충 씻고, 배정되어 있는 짚차에 몸을 싣고 일출 장소로 출발. 20분쯤 계곡을 요리조리 돌아 목적지인 summit 에 올라오니, 현지인 및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사람들 사이사이에 간신히 자리를 잡고 약 30분 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인도네시아 에서의 첫 일출 장면이었다.
브로모 화산 일대 촬영본
기왕 올라왔으니 그냥 내려가기가 뭐해 식료품점에서 현지인 사발면을 하나 사서 게눈 감추듯이 먹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1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지금쯤 내려가면 되겠지 하고 천천히 내려가 보니 일행들이 저 멀리서 뭐라고 하는것 같은데 잘 안들린다. 가까이 가보니 "서둘러! 뭐해!" 라며 손짓으로 어서 오라고 한다. '뭔일 있나?' 하고 뛰어내려가서 짚차를 타니 다들 할거 다하고 나 때문에 30분 기다렸단다.
"아니 왜 벌써? 너희들은 사진 안찍었어?" 내가 묻자 "찍었지. 그리고 바로 내려왔어" "난 아침 먹었는데, 니네 안먹었니?" "아침?? 당연히 안먹었지!" "저런, 미안해" 아니, 왜 그 맛있는걸 안먹지. 산에 와서는 사발면 정도는 먹어줘야 하는데, "사발면 먹어봐. 진짜 맛있어. 최고 *^^*" 아무 대꾸도 없는 네덜란드인들...그래 미안하다 다음부터 일찍 다니마 ㅜ.ㅠ
다시 짚차를 몰고 짚차 수십대가 행렬로 주욱 달리는 장관을 연출하며 1~20 분쯤 달렸을까. 마침내 브로모 화산 도착. 책에서는 브로모화산 올라가기 전부터 쾌쾌한 유황냄새가 진동을 한다더니, 뭔냄새가 난다고 그러는 것일까. 하나도 안나는구만.
화산입구까지 말타고 가는데 50,000 루피아 이다
난생 처음보는 화산. 매캐한 유황연기를 쉴새없이 뿜어대고 있다. 이것이 구름인지 연기인지 헷갈리지만 냄새로 확연히 구분이 가능.
연기를 뿜어대고 있는 Bromo 화산3
발리섬 가는 Ferry 에 버스채 싣고 마침내 발리섬 도착. 약 20분쯤 달렸을까 버스가 급정거 하더니 Lovina 갈사람 여기서 내리라고 기사가 외친다. 로비나? 벌써 다왔나? "잠시만요" 짧게나마 일본인 친구 2명과 네덜란드 일가족과 작별인사를 한후 내려서 다음 교통편으로 이동.
패키지는 여기까지다. 이제부턴 알아서 교통편을 잡아야 한다. 마침 로비나로 가는 사람이 나 말고 2명 더있었는데, 독일인 커플이었다. 그들과 함께 port 근처에 가보니 western 두명이 서 있다. "너희들도 로비나 가니?" 독일인 커플이 묻자, 저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응. 너희들도?" 되묻는다.
2명만 태우고 가기에 요금이 너무 비싸니, 거의 1시간을 기다렸다는 프랑스인 커플. 잠시 서로를 소개한 후, 5명이 된 우리는 버스(봉고) 기사와 협상을 시작. "우리 이제 5명이야 얼마에 해줄래" 여러차례 가격 협상끝에 1인당 25,000 루피아에 로비나 호텔까지 가는데 합의.
프랑스 및 독일인 커플, 인니 현지인 2명(기사 포함) 과 나 이렇게 7명이 봉고에 타고 출발했다. 프랑스 친구 얘기로는 port 에서 로비나까지 약 1시간 40분정도 걸린단다. 꽤 되는군.
1시간쯤 달렸을까 차가 밀리기 시작하더니 많은 인파들이 여기저기 붐빈다. 축제일까?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리다니, 보아하니 아무래도 제시간에 가긴 글렀다. 기왕 이렇게 된거 천천히 즐기면서 가야지.
학생 축제행렬로 보이는 퍼포먼스. 온동네 사람이 다 나와서 함께 즐긴다
이처럼 많은 인파가 몰려서 한목소리로 즐기다니, 이것이 진정 축제라는거구나. 거기엔 아이 어른 남자 여자 할거 없이 모두가 진심으로 기뻐하며 즐기고 있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닌 모두가 자발적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행렬을 즐기고있다. 이나라 사람들의 축제문화란 이런거구나. 이런게 진정한 축제 문화가 아닐까.
행렬 인파도 지나고 또 1시간쯤 달렸을까 드디어 로비나에 도착. 지금시각이 오후 10시 반이니 약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여기저기 도로및 좁은길을 거쳐 드디어 로비나에서 유명한 다운타운 거리인 Kalibukbuk 거리로 들어서고, 모두들 마음에 들떠 있는데, 차가 갑자기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서더니 이상한 하우스(?) 같은곳 으로 들어가 주차시킨다. 아무래도 벙갈로나 조그마한 cottage 같은데..운전기사 및 옆자리 현지인이 내려 호텔인지 하우스인지의 사람들과 뭐라고 현지어로 얘기를 계속 주고 받는데.
"마피아 소굴같아" 뒷 좌석의 독일인 커플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모두들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 한 가운데 "너희들 여기서 묵을거니?" 내가 묻자 독일인, 프랑스인 커플 모두 강하게 "Nope!" 외친다. 잠시 후 건장하게 생긴 현지인 청년 2명이 내려와 봉고차 뒷문을 열더니 손짓으로 모두 나오라고 한다. 뒷문쪽에는 프랑스인 커플이 타고 있었는데, 맙소사..이 프랑스 남자(학생인듯?)애는 는 바짝 얼어붙은채 바닥만 쳐다보면서 "우리 호텔 여기 아니야.." 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아무래도 연장자 인 내가 나서야 할것같다. 다행히 족자 에서 비슷한 경험(?) (여행기 04 - Yogyakarta 참조) 을 이미 겪었던 나는 이런 상황에 좀더 여유가 있었다.
심호흡을 깊게(그러나 아무도 눈치 못채게 조용히) 한번하고 최대한 굵은 목소리로 명확하게 또박또박 말한다. "이봐. 우리 모두 이미 다른 호텔에 예약했어. 알아?" 거짓말이었다. 난 아직 호텔을 예약하지 않았으나 이건 어디까지나 상황모면용. 그러자 현지인 청년이 "어디 호텔?" 하고 되묻는다. 컥....호텔이름을 물을줄이야. 예외상황 발생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로비나로 오기전 Lonley planet 의 싸구려 호텔 1~2개는 외워왔다는 것. "ㅁㅁㅁ 호텔이야. 너희들도 다 예약햇지?" 커플들에게 묻자 각자 예약한 호텔이름들이 쏟아져 나온다. 운전기사 하고 현지인 청년들(나중에 알고보니 어엿한 호텔이었으나 당시 분위기상 이상하게 보였었던게 사실 ^^) 이 몇마디 주고 받더니, 운전기사가 차를 다시 뒤로 뺀다. 뒷좌석의 커플들은 십년 감수했다는 둥, 한숨을 크게 쉰다 ^^
독일인 커플이 먼저 예약한 호텔에 도착하고 다음 프랑스인 친구들이 묵게될 호텔에 도착하자, 커플이 너무나 걱정스러워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묻는다. "우린 여기서 묵을건데, 너 괜찮겠냐? 우리 짐만 풀어놓고 너랑 같이 가줄까?" 둘다 너무 심각한 표정으로 묻기에 내가 더 놀랐다 내심..,그러나 사실 동남아 여행 이 처음이 아니었던 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나 순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난 괜찮아. 걱정하지마. 문제없어 ^^"
차에서 내려 걸어가기로 마음을 먹고(그래도 혼자 가려니 약간 겁나긴 했었..) 호텔이름을 물어물어 가는데 오토바이 한대가 오더니 "트랜스포트?" 묻는다. "아냐. 그냥 걸어갈거야. 근데 너 여기 호텔 알아?" 론니에서 소개한 호텔 이름을 대니 물론 알고 있단다. 게다가 무료로 태워준다네? 덥썩 하고 물었다.
성수기 이고 시간이 너무 늦어서 일까 호텔은 이미 꽉 차 있었다. 당연하겠지. 미리 예약을 안한 내 잘못이었다. 할수 없이 오토바이 태워준 친구(?) 에게 싸고 괜찮은 호텔 소개시켜 달라고 하니 따라오란다.
우락부락 생긴 모습이 딱 예전 뽀빠이 만화의 브루터스 홀쭉이 버전처럼 생긴 아저씨가 묻는다. "내일 뭐할거냐?" 돌고래 투어 할거라고 말하니 대뜸 "내 그럴줄 알았다. 내가 이동네 돌고래 마스터야. 내가 특별히 너한테만 100,000 루피아에 해줄께" "음~ 마스터? 좋아 대신 가격은 50,000 루피아로 해. 어때?" "OK 알았다. 내일 새벽 에 여기서 떠나야 해. 5:30 분까지는 준비하고 있어야 해?" 더 깎을걸 그랬나? 라는 생각을 뒤로 하고 벙갈로 방으로 출발.
"돌고래야 돌고래.." 잠결에 사람소리가 들려 깨보니 새벽 4:30. 뭐지? 출발시간은 5:30 분이라고 했으니 아직 1시간 이나 남았다. 벌써 와서 깨울리가 없을텐데..다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 조금 있다 또 노크소리 와 함께 "돌고래, 돌고래" 라는 소리가 들린다. "예~ 알았어요" 서둘러 옷을 챙겨입고, 카메라를 챙겨 나가보니, 여기저기서 한두사람 씩 졸린눈을 비비며 바닷가로 향하고 있다.
조그마한 배에 나 포함, 4명의 관광객을 태우고 돌고래 투어 출발. 새벽에 일어나 보니 바닷물이 약간 황량하게 보인다. 그러나 자연산(?) 돌고래 떼를 볼수 있다는 희망에 젖어 배에 올라 자리를 잡는다.
Lovina 바다의 돌고래 떼. 수마리 에서 많게는 수십마리씩 떼를 지어 장관을 연출한다.
돌고래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데 부르터스 아저씨(?) 가 "내일 스노클링 도 나랑 같이 할거지?" 라고 묻는다. 일단 알았다고 하고 호텔로 돌아와, 로컬 맵 및 여행사 정보를 얻고, 여행사에가서 Gunnung Agung(아궁 화산) 트래킹 정보에 대해 물어보니, 한눈에 보기에도 노련하게 보이는 현지 여행사 대표가 얼마정도 가격을 예상하고 있냐고 되 묻는다. (영어를 굉장히 잘한다)
"글쎄..한 350,000 루피아 정도? 나 그렇게 돈 많지 않아" 라고 하니, 이 아저씨 피식 웃는다. "아궁산을 오르려면 가이드가 필요한데 가이드 비용이 최소 300,000 루피아야. 알겠지?" 거짓말을 하는것 같진 않았다. 그럼 어떡한다. 계속 고민을 하고 있으니, "자, 이제 가이드 비용도 알았으니, 네가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해봐. 거기에 맞게끔 프로그램을 맞춰볼테니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술도 상당히 노련한게 산전수전 다 겪어본 듯한 사람이었다.
"나 돈 별로 없어..어떻게 싸게 할수 없을까?" 하며 계속 머뭇거리고 있는 인상을 보이니, "아궁산까지 왕복 교통비 및 가이드 비용 포함하여 850,000 루피아에 해주지. 게다가 오늘 출발. 이건 최소 가격이야 어때?" 로비나 에서 아궁산 까지 왕복 교통비에 가이드 포함이라. 게다가 오늘 저녁 출발이다. 그러면 오늘 호텔비 150,000 루피아는 절약하게 되는셈. 600,000 루피아로 왕복 교통비와 아궁산 가이드 포함 트레킹이라. 오랜 생각 끝에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들어, "OK" 했다.
850,000 루피아 결재를 하고, 자세한 일정을 들어보니, 오늘 저녁 8시 출발하여, 아궁산 에 도착, 내일 아침 일출을 정상에서 보려면 늦어도 밤11시에는 등반을 해야 한단다. 호텔로 돌아와 집에서 챙겨온 긴팔 남방과 긴바지, 등산용 장비를 챙겨두고, 야간 등반을 하려면 어느정도 잠을 자둬야 한다. 침대로 직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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