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27일 목요일

인도네시아 여행기 - 20 in Rinjani, Lombok

   7시에 출발한다고 하였으니 06:30분에는 일어나서 짐을 꾸려놓아야 한다. 여기 화장실에서는 도저히 샤워를 할 수가 없다. 시간이 되니 옆방의 Joan 이 출발하는 소리가 들린다. 덕분에 나도 기상하여 짐을 꾸리니 6시50분. 대충 씻자하고 세수만 간략히 한다음 본격적인 등반준비 시작.

   아궁산을 등반할때는 긴바지를 입고 했었는데 등반전문 팬츠가 아니라 행동에 제약이 많았다. 이번엔 반바지를 입고 등반하도록 하자. 날씨도 좋으니, 등반하다 추워지면 가져가는 긴팔 점퍼와 롱팬츠로 갈아입으면 되겠지. 7시 10분쯤 지났을까.. 도무지 기다려도 오질 않자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위쪽에 있는 호텔소속 식당에가서 등반팀이 왜이렇게 늦냐고 묻자, 연락을 해볼테니 기다리란다.

   벌써 07:40분. 현지인 가이드인 Alri 가 식당에 와서 같이등반하기로 한 호주인 2명이 좀 늦어서 어쩔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지금 가면 돼?" 등반팀이 밑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좋아. 그럼 가야지 ^^

"난 진호야. 만나서 반가워 ^^"
"난 Hans"
"Mario 야. 만나서 반갑다"

   같이 등반하게될 호주인 2명은 인상이 참 밝은 친구들이었다. 자, 이렇게 셋이 드디어 린자니 산을 정복하러 출발하는 한 팀이 되었다. western 이니 이 친구들 체력도 분명히 좋을것이다.(이건 편견인가?) 좋은 느낌. 나머지 짐을 Armet 에게 맡기고 나오려는데 갑자기 붙잡는다.

   "호주인들한테 얼마 냈다고 얘기하면 안돼. 쟤들은 이미 1.5million 씩 지불했어. 그러니까 저얼때 넌 1.2million 지불했다고 쟤들한테 얘기하지 말어. 알겠지?" 신신당부를 한다. 저 친구들은 쁘라마를 통해 등록한건가? 쁘라마는 리스트 프라이스가 1.6 million 이던데.. 어쨌든 Armet 에게 알겠다고 얘기해줬다. 역시 이곳으로 바로 와서 등록한것이 그나마 싸게 먹혔다는 재확인과 함께..



린자니산 여정길에 있는 작은 마을




   산으로 오르려면 일단 RIC(Rinjani Information Center) 에서 등반객 입장료와 간단한 신상정보를 등록하고 올라야 한다. 세나루에 있는 호텔에서 RIC 까지 가는데 약 1시간정도 걸려서 도착. 입산정보를 등록하고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와 짐꾼들과 가이드인 Alri 와 합류. 드디어 린자니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호주인 들은 31살의 동갑내기 친구들이었다. RIC 폼에 등록한 직업정보를 보았을때는 한스는 디자이너, 마리오는 보안전문가 였다. 서로간에 직업도 알게됐고하니 마리오가 나보고 무슨 엔지니어 냐고 묻는다. 직업란에 엔지니어라고 적었더니 궁금한가 보다. "컴퓨터 엔지니어야. 너는? 보안쪽이면 컴퓨터 보안? 아니면 네트워크 쪽?" "아니, 여러가지 시스템 보안일을 하고, 또 어쩌고 저쩌고..." 이 친구들 말 빨리 하면 못알아듣는다.

"한스는 친구인가 보지?"
"응. 우린 어렸을때 같이 자랐어 호주에서"
"우정이라.. 보기좋군"

   1시간 쯤 올랐을까. 온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한다. 짐꾼들은 약 30~40 kg 정도 되는 짐을 들고서 아무렇지도 않게 터벅터벅 올라가더니 급기야 우릴 따돌리고 먼저 올라가기 시작한다. 1차 휴식지 인 Pos 1에 먼저 도착하여 점심식사 준비를 하겠다며..

   가이드인 Alri 는 린자니 산에 15번째 오른다고 한다. 외모(?)에 비해 경험이 그리 많지는 않은것 같다. 그러나 짐꾼을 포함한 가이드 일행이 신고 있는 신발은 flip flop 이었다. 그거 신고 등반해도 괜찮냐고 물으니 "No problem" 이란다. 뒤를 따라오고 있는 호주 친구들도 대단하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 설레 젓는다. 가이드 일행을 제외한 우리모두는 등산화를 신고 있다.

   짐꾼의 짐은 개당 약 30~40kg 정도 되는것 같다. 각각 커다란 바구니에 짐을 싣고, 굵고 튼튼한 나무로 어깨 받침대를 삼고 나무 양쪽에 대형 바구니를 튼튼한 밧줄로 동여맨다. 바구니에 3일동안 먹어야 할 음식들, 텐트, 침낭, 비상약품 등 의 짐들이 담겨있다.

   약 2시간 정도 등반을 하니 마리오 가 눈에 뛰게 지친듯한 기색을 보인다. 괜찮냐고 물으니 셍기기에서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어깨를 다쳤단다. 저런, 그런몸으로 린자니 화산 등반을 시도하다니, 놀랍군. 하여간 웨스턴들의 저 도전정신과 모험정신은 높게 사줄수 밖에 없다. 이건 여행 내내 느낀거지만 동양인, 특히 대부분의 한국인 들은 알려진 곳 아니면 혹은 그룹여행이라던지 외에는 잘 가려고 하지 않는것 같다. 그래서 그럴까.. 인도네시아 를 돌아다니며 한국인들을 만나본적은 발리에서 Ubut 및 Kuta 지역(이곳은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외에는 보질 못했다.

   2시간 정도 더 오른 후 마침내 첫번째 휴식장소인 오래된 콘크리트로 지어진 대형 다리 같은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짐꾼들은 이미 도착하여 점심준비에 여념이 없다.



첫번째 휴식지인 장소. 햇빛을 피해 다리밑 그늘에서 점심을 먹는다.




점심 준비에 한창인 가이드와 짐꾼들.




지지고 볶고...




치즈 같이 보여 하나 집어먹었더니..밋밋한 맛이 난다(찌게용 으로 쓰임)


   린자니 화산에도 역시나 원숭이 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데 음식 냄새를 맡았는지 주변에서 하나둘씩 몰려들기 시작한다. 바나나 하나를 들고 원숭이들 가까이 다가가니 이놈들 도망가기 바쁘다. "자. 이거 먹어라~" 바나나 1개를 까서 내밀었다.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원숭이. 원숭이는 사삭어로 고덱(Godek) 이라고 불린다. 한손으론 카메라를 한손으론 바나나를 들고 유혹하는것이 낯설어서 일까. 쉽사리 다가오질 않는다.

   "손 조심해" 한스가 말했다. 잽싸게 낚아 채면 원숭이 손톱에 의해 상처를 입을수 도 있어. 상처가 생기면 이런저런 세균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 그건 위험하지. 그러나 이런것저런것 신경쓰다보면 얻는게 없는법. 껍질을 깐채 계속 유혹을 하자 무리중 가장 덩치 큰놈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이놈이 리더군' 한스의 걱정과는 다르게 얌전히(?) 바나나를 두손으로 가져간다.



원숭이 무리중 보스로 보이는 놈이 다가와 바나나를 받아간다


   점심은 잡탕수프. 1인분에 2사람 몫정도는 되보인다. 거기에 밥은 별도. 린자니산을 등반하려면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니, 많이 먹어야 하는건 필수라고 한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많다. (등반 내내 매끼마다 많은양의 식사를 제공) 한스, 마리오도 나중엔 다 못먹겠다고 조금만 달라고 부탁했을 정도니까.. 밥을 다 먹으니 디저트가 기다리고 있다. 바나나, 파인애플. 과일은 아무리 배불러도 한두개 쯤이야 먹을 수 있지. 게다가 현지 과일은 정말 맛있었다.



린자니표 점심. 라면을 곁들인 잡탕과 밥. 맛은 있는데 양이...


   배가 터지도록 먹고 난후 등반 재시작. 마리오의 어깨가 많이 안좋은가 보다. 한스가 마리오의 배낭을 들고 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조금씩 조금씩 뒤쳐지기 시작. "마리오. 정말 괜찮은거야 어깨?" 내가 물어보니 괜찮다고 걱정 말란다. 진짜로 괜찮은 건지 아님 자기 혼자 쳐지니까 미안해서 그랬는지 잘 모르지만, 어쨌든 등반은 계속 된다.

   "구름이 오고 있어." 가이드인 Alri 가 말했다. 해발이 좀 높아져서 그런지 구름이 산 중턱 밑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우리쪽으로 올라온다. 이것도 고산지대 에서만 볼수 있는 특권이겠지. 잠시 후 구름에 완전히 뒤덮이자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약 5초간 짧게 '쏴아~~' 하고 비가 내렸다. 구름에 뒤덮인 산을 산을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으니 마치 예전 TV 시리즈물인 '전설의 고향' 한장면을 보는듯 했다.


산 중턱에서..본격적으로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점점 앞이 안보일 정도로 구름에 휩쌓인다.




대낮에도 구름에 가려 희뿌옇게 보인다. 전설의 고향에선 이때쯤 항상 구미호가....




잠깐 휴식을 틈타 재정비하는 팀원들.


   텐트들이 보이기 시작. 첫번째 묵을 장소인 Pos II 에 도착. 자세히 보니 등반객 들이 꽤 많았다. 약 3군데의 캠핑장소가 위아래로 나뉘어져 자릴 잡고 있었는데 우린 맨 꼭대기에 자릴 잡았다. 늦게 도착해서 가장 안좋은 장소를 택할 수 밖에 없었나 보다. 텐트들 사이로 중간쯤 지나고 있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Joan 이었다.

"여~ 안녕?"
"응 안녕?"
"좋아보인다. 사진은 많이 찍었어?"
"뭐라고?"
"사진은 많이 찍었냐고?"
"응. 너는?"
"어. 여기 굉장한데? 많이 찍었지. 컨디션은 괜찮니?"
"응. 땡큐~"
"나중에 보자. 등반원들이 기다리고 있어"
"그래. 나중에 봐"

   내 발음이 이상한가. 몇번씩 말해도 잘 못알듣는 모양이었다. 프랑스 미인 Joan. 혼자 린자니 산을 등반하러 오다니, Joan of Arc 의 후손인가.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치지 않을수가 없었다. 게다가 허리까지 내려오는 적색머리에 이쁘기 까지 하니, 산에온 뭇남성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건 당연지사. (혹시 이걸 노리고 온걸까? ㅎㅎ)

   가이드를 제외하고 등반객중에 Western 말고 Asian 좀 봤으면 하는 바람에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동양인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이여 분발하자. 저 멀리 이국땅인 프랑스에서도 여자혼자 린자니산을 등반하고자 오는 사람도 있잖은가. 일단 와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사실..

   캠핑장소인 3번째 고개엔 호주인들이 많았다. 역시 인도네시아 최다방문 국가 답게 어디를 가도 항상 호주사람은 만날수 있었다. 한스, 마리오도 무리에 같이 섞여서 신나게 수다를 떤다. 이상하게 호주사람들 끼리 하는 영어는 정말 못알아 듣겠다. 호주에도 지방 사투리를 사용하는 건가? 나한테 얘기하는것은 어느정도 알아듣겠는데 자기들끼리 하는 엑센트는 정말 알아듣기 힘들다. 덕분에 대화에 참여하고 싶어도 할수가 없었다.



여러 등반팀들의 텐트들을 지나...




첫번째 캠핑장소인 Sempit 포인트에 도착




짐을 풀자마자 저녁준비에 여념이 없는 짐꾼들. 치킨을 볶고 있다


   저녁은 나시고렝(볶음밥) 이었는데 물론 2사람이 먹어도 충분할 양. 디저트는 기본임. 구름이 좀 걷히자 곳곳에서 장관을 연출한다. 기막힌 일몰광경. 그래 이거다. 이것 때문이라도 여기에 오려고 지불한 1.2 million 은 본전을 찾고도 남는다. 세상에...저것이 칼데라 호수인가?




구름이 걷히자 여기저기 모습을 감췄던 광경들이 튀어나오기 시작.




주변 관광객 모두 사진찍느라 정신이 없다.




장관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아름다운 린자니산 주변광경




구름이 걷히고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베일에 갇혀 있던 푸른색의 칼데라 호수가 보이기 시작.




저곳이 바로 칼데라 호수. 네시가 살고 있다는 소문도..(퍽!)




칼데라 호수를 배경으로 찰칵. 근데 누구신지...Orz




아름다운 노을 광경.


   내일은 Summit(정상) 등반이다. 일출을 보려면 새벽 03:00 에는 올라가야 한다. 그러려면 적어도 02:30 분에는 일어나서 짐 정리및 준비작업을 해야 한다.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자자.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긴 하지만 침낭과 텐트가 있으니 별 문제가 없겠지. (결국 이건 오산이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 텐트가 굉장히 많이 흔들렸다. 잠을 제대로 잘수 있을리가 만무 했다. 그런데도 경험많은 가이드인 Alri 는 옆에서 "드르렁~" 거리며 잘만 자고 있다. 열받네..확 물을 끼얹어 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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