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24일 월요일

인도네시아 여행기 - 18 in Mataram, Lombok


Flip flop. 일명 조리라고 불림.


   피부가 좀 여린 편인 나는 왠만해선 맨발에 신는 샌들이나 신발을 잘 신지 않는다. 익숙해질때 까지 발에 무수한 상처를 입어야 하기 때문. 트라왕간 섬에서 산 싸구려 flip flop(일명 조리) 과 다이빙 할때 신는 오리발 때문에 발등 곳곳에 상처를 입지 않은곳이 없다. 상처가 난곳에 계속 샌들및 오리발과 마찰이 있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더이상 딱지도 생기질 않는다. 세균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철저히 위생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아침이 피곤하다. 발이 욱신욱신 거리고 일어나고 싶지가 않다. 좀더 자자. 여긴 어차피 수영장도 없으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봤자 할게 없어...

   "따르릉~~" 전화벨 소리에 잠을깨 후다닥 받아보니 Sasak 어(롬복섬 주민들이 사용하는 언어. 표준어인 인니어와 좀 틀리다) 로 무엇인가 계속 얘기한다. 여기는 종업원들이 투숙객 이 누군지도 모르고 전화를 하나? 적어도 외국인이 투숙하고 있다는것을 알았다면 영어로 얘기했을텐데..그만큼 현지인들이 많이 묵는 다는 얘기도 되겠지.

   "영어로 얘기해주세요" 한참을 듣고 있으니 아침을 어떻게 할것이냐고 묻는것 같다. 맞다. 여긴 레스토랑이 없었지. 어떻게 한다.."내방으로 갖다줄수 있어요?" "OK" 음..근데 아침식사 제공이었던가? 잘 기억이 안난다. 그나저나 인도네시아 돌아다니며 아침에 전화로 깨워서 아침식사 어떡할거냐고 묻는 호텔은 처음이다. 황당하네..에라 모르겠다. 귀찮다. 아침 갖다주기 까지 조금 시간이 있을테니 좀더 잠이나 자자.




   20분쯤 지났을까.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벨보이 였다. 이것이 아침인가? 정말 간단하군 ^^ "OK. 고마워요"



standard room 에서 제공되는 아침식사. real simple 이라는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상처에 밴드로 완전무장을 하고 양말을 신은다음 운동화를 신었는데도, 발 전체가 욱신욱신 거린다. 아무래도 상처에 세균이 감염된건 아닐까. 그럴리가..매일 저녁 소독을 하고 연고를 바른다음, 밴드도 하루에 한번씩 갈아주었다. 세균이 감염되었을 리는 없어. 과민반응 보이지 말자. 단지 조금 피곤해서 그럴뿐이야.




호텔의 계단 밑을 살펴보니, 종교의식을 위한 작은 사원이 동굴처럼 만들어져 있다


   마타람으로 온이유는 롬복의 다운타운 거리이고 주변에 볼거리가 좀더 많은것 같아 셍기기가 아닌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론니에서 주변정보 부터 살펴볼까. 어디보자 일단, 주변에 대형 쇼핑몰이 있고, 역시 여러개의 크고작은 사원들...어라? Water palace? 물의궁전이라...이 나라는 왜이렇게 물과 관련된 사원, 궁전이 많은 걸까. 섬나라라 지리학적으로 관련이 있을수 밖에 없겠지..오케이 오늘의 첫 목표는 여기다. 게다가 거리도 별로 멀지 않으니 걸어서 가도록 하자.

   Mayura water palace. 약 1700년대에 지어졌으며 물위에 지어진 궁전으로 유명하다. 이곳을 찾으려 한참을 헤맸는데..도대체 입구가 어디인거냐. 지도상으로는 여기 쯤이 맞는데...도대체 나타나질 않는다. 할수없이 주변사람에게 물어보니 골목길로 한참을 들어가야 한단다. 그럼 그렇지. 큰길가에는 없었던 게야..

   궁전은 이곳이 정말 관광명소인지 의문이 들정도로 관리가 허술했다. 조그만 입구에서 들어가려고 하니 한 남자가 막아서는데, 들어가려면 슬렌당 대여로 와 입장료 3,000 루피아를 내라고 한다. 돈을 지불하고 방명록에 사인을 하려고 보니 기존에 다녀간 관광객중 nationality 가 Korea 인 사람은 내가 처음이었다.



마유라 수상궁전에서 현지인 들이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사원 곳곳에 보이는 1인전용(?) 닭장. 닭들을 저런 작은 바구니에 한마리씩 가둬놓는다.


   '이상하다 분명히 이쯤이 맞을텐데..' 론니 플라넷 정보로는 분명히 이근처가 맞다고 나와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아무리 론니라도 한두개 틀린 정보도 있을수 있겠지. 아무래도 출판이후 시간이 좀 지나서 다른데로 옮겼거나 망해서 없어졌나보다. 책에 나와있는 2군데의 여행자 정보센터 모두 보이지를 않는다. 셍기기 에서는 그나마 관광정보 센터는 많이 보였었는데... 잘못 온 것일까..

   베모(Bemo. 값이싸고, 마땅히 정해진 정류장이 없이 손님이 가자는 대로 가는 public 봉고)라는 것을 처음타보았는데 가격이 무척이나 착하다. 현지인이 이용할때 내는 교통비를 제대로 알고 있을경우 택시를 타면 막심한 손해라는 현실을 깨우치게 만든 장본인이다. 물론 외국인에겐 foreign price 가 별도로 있다. 흥정은 필수.

   "도대체 어디있는거야. 정말??" 벌써 한시간째 헤매고 있다. 택시기사 도 모르고 현지인 들도 모르고 대체 지도에 나와있는 정보는 거짓이란 말인가.. 이래선 안되겠다. 여기는 포기하고 마타람에 있는 쁘라마 오피스로 가자. 여긴 그래도 지도에 맞게 나와있겠지. 엇? 그러고 보니 오늘은 일요일? 일요일이라서 혹시 여기도 쉬는건가?

   이렇게 한산한 쁘라마 오피스는 인도네시아 온 이후로 처음. 닫혀있는 줄 알았던 문이 슬며시 밀자 열렸다. "계세요?" 안에 들어가 외치니 안에서 젊은여자 목소리가 들려온다. "네~" 연달아 달려오는 아기 울음소리. 한창 애보고 있는중인가 보다.

"린자니(Rinjani) 화산 트래킹 신청하려고 하는데요"
"언제 가려고요?"
"내일 모레요"
"몇명 이에요?"
"저 혼자."
"음. 그건 최소한 2명이상 되어야 출발이 가능해요"
"알아요. 그래도 나같은 사람이 있나 한번 확인해 주실래요? 본부에"
"잠깐만요.."
"참. 그리고 내일은 Kuta 행 버스가 있는지 알아봐 주실래요?"
"롬복 에 있는 꾸따?"
"넵"

   아무래도 롬복의 경유지를 마따람 으로 선택한건 실수 였나 보다. 책에는 다운타운 이고 롬복섬의 수도 뻘이 된다고 하여서 항구이고 해변가인 셍기기 보단 편의시설이나 관광서비스 가 잘되어 있을것 같다고 생각하였었는데..

"미안하지만, 내일 Kuta 행 버스는 없군요. 그리고 린자니화산 트래킹 신청한 사람도 없고요."
'이런, 스케쥴에 차질이 생기는군.' "그럼 일단, 제 이름하고 호텔 적어놓을께요. 만일 사람이 더 모이면 저한테 연락 부탁드려요"

   발등이 계속 욱신거린다. 왜이러지.. 그깟 좀 까졌다고 이렇게 까지 욱신거리나? 그래도 어쩔수 없다. 여행하는 동안은 참아야 한다.

   마따람 은 인도네시아 내부에서도 도로가 넓고 잘 만들어진 편에 속한다. 그러다 보니 차나 오토바이가 많다. 그래서 그럴까? 한참을 걸어도 식료품점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저기 노점상이 몇개 보이긴 하지만 시원한 음료나 물은 팔지 않는다. '냉장고가 있는곳을 가야돼'

   한참을 걷다 드디어 규모가 왠만큼 되는 가게 발견. 갈증에 목이 메어 허겁지겁 뛰어 들어가 "아쿠아. 아쿠아" 하고 외쳐댔다. 그러나 가게에 아무도 없.......Orz

   약 10초 정도 지났을까. 안에서 여자한명이 무표정으로 나와서 카운터에 선다. 잽싸게 냉장고에서 아쿠아 대자리 한병을 꺼내 카운터에 놓고 가격을 물어보니, 3,000 루피아 란다. 헉! 왜일케 싸지? Gili 섬에서는 작은것도 3,000 루피아 였는데.. 암튼 계산을 하고 그자리에서 약 0.5L 정도를 벌컥벌컥 마셔대자 점원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캬~ 물맛한번 죽이는군!' ^^

   마타람 몰에 들려 스포츠&레져 전문 샵으로 들어가 등산화 및 점퍼, 모자, 배낭 등..등산용품 을 닥치는 대로 구매했다. 린자니 화산 등반 코스는 최소한 2박3일 일정으로 가야 하니, 어차피 사야하는거 가격도 여기가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니 만반의 준비도 할겸 지를건 지르자..그나저나, 북쪽얼굴(North xxce) 대형 등산배낭이 3만원 밖에 안하다니, 싸긴 정말 싸군. 온김에 이것도 사자. ^^

   결국엔 등산용 모자, 바지, 셔츠, 등산화, 점퍼, 기능성 가방 등 전부 합쳐서 882,500 루피아를 현금으로 결제하고 나오니 레져샵 직원들이 한달 팔거 오늘 다 팔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작별 인사를 한다. 이제 준비물도 갖췄으니 본격적으로 인도네시아 에서 세번째로 높은 활화산인 린자니산 등반 준비를 하도록 하자.

   쇼핑몰의 약국에 들려 밴드 및 응급처방약 등을 구입하고 호텔로 귀환. 짐을 내려놓고 근처 PC 방에 갔는데, 어딜가도 한글이 되는곳이 없다. 읽을수라도 있다면 그럭저럭 사용했을텐데, 아예 랭귀지 팩 자체가 안깔려 있다. 물론 일본어는 설치가 되어있다. 언어팩 설치좀 하게 윈도우 XP CD 를 달라고 하니 불법 카피가 겁나는지 PC방 주인들은 하나같이 없다고 한다..아니 그럼 저 많은 PC 들은 무엇으로 설치했단 말이에요?? 라고 따져도 막무가내다. 없단다...포기다.

   호텔로 돌아오니, 처음 체크인 할때 부터 짐을 들어주며 방을 안내했었던 벨보이가 반긴다. 이 친구 정말 잘생긴데다가 키가 185 cm 는 되보인다. 외모도 나랑 비슷한 구석이 많고(퍽!), 키도 엇비슷 하니(퍽!퍽!) 우린 금새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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