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30일 일요일

인도네시아 여행기 - 21 in Rinjani, Lombok

   사람들의 웅성웅성 소리에 일어나 시계를 보니 새벽 02:40분. 밤새 바람소리에 잠을 뒤척였더니 피로가 덜 풀렸다. 조금더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래도 일어나서 등반준비를 해야한다. 기상!

   마리오는 끝내 중도 포기하고 내려가기로 결정. 아쉽지만 제 컨디션일때 재도전하는 수 밖에. 모두들 기상하여 야간등반 준비에 여념이 없다. 짐꾼들은 정상 등반은 하지 않고 여기서 등반객들이 정상에 다녀올동안 아침준비 를 하겠다고 한다. 지금은 짐꾼이 부럽다...모든 가이드및 등반객들이 flash light 를 하나씩 들고서 일렬로 주욱 늘어서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Light 를 안 사온게 후회가 막심함. 왜 야간등반을 생각하지 못했을까...하여간 준비성 부족한건 알아줘야 한다. 그냥 앞사람 따라 터벅 터벅 걸어올라가고 있는데, "난 괜찮으니 후레쉬 내꺼 쓸래?" 한스가 말한다. 이 독실한 크리스챤(? 아마도 그럴것 이다. 호주인들 대부분 그리스도교 이니..) 청년은 정말 예의 100점인데다가 겸손도 갖추고 때론 유머감각 까지 있으니 정말 아는 여자애가 있다면 소개해주고 싶을 정도로 괜찮은 친구다. "응. 고마워" 후레쉬도 생겼으니 이제 린자니산 정상을 향해 전진. 너도 내 발밑에 무릎꿇은 수많은 산들중 하나일 뿐이다.

   약 1시간 반 가량은 난이도 중간수준의 그럭저럭 평범한 편이다. 적당한 수준의 바위, 적당한 수준의 경사. 지그재그 로된 길들. 약 8 kg 무게의 배낭에다 1.5L 물까지 손으로 들고 나서서인지, 짐이 꽤 무거웠다. 게다가 잠을 잘 못자서 컨디션도 그리 좋지않은 편. 그러나 기왕 여기까지 온이상 올라야 한다. 설사 올라가다 천재지변을 당하더라도 올라가야 후회를 않는다. 중도 포기하면 평생 후회할일이 생기는 법. 아무 생각없이 차분차분 오르자.


   올라가다 보니 여기저기 각각 의 등반팀원 들이 서로 섞이기 시작한다. 속도를 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신의 페이스 대로 천천히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서로간의 페이스에 맞는 사람끼리 모여 등반을 한다. 하긴, 여기온 사람 모두는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위해(산 등반을 하기 위해) 모인 한팀이지. 생전 처음보는 사람이건 익숙한 얼굴이건 상관이없다. 서로가 서로의 어깨 및 다리가 되어 힘들고 지친 대원이 있으면 이끌어주고 격려 하면서 올라가고 있다.

   2시간 반쯤 올랐을까? 가이드, 한스, 또다른 팀원 두명, 나 이렇게 산 중턱에 있느 커다란 바위뒤쪽에 몸을 숨겨 잠시 휴식을 취했다. 컨디션이 안좋아서 그런지 갑자기 배가 아파왔다. 그러고 보니 어제는 화장실도 못갔었지.. 할수 없다. 여기서 일을 봐야 정상까지 무리없이 오를 수 있을것 같다. 이 상태론 도저히 불가능.

   "나 잠깐 화장실좀 다녀올께" 모두들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해발 3,000 이상 되는 화산에 화장실이 있을리가 만무하며, 게다가 이렇게 바람이 불어대는데, 큰일을 보겠다니...너도 참 물건은 물건이군 이라는 눈빛으로..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나머지 사람은 모두 출발했고 가이드인 Alri 만 남아있다. "먼저 출발할수 있으면 해. 난 좀 쉬었다 갈께. 아무래도 오늘은 컨디션이 좀 안좋아. 금방 쫓아갈께 화내지마" 달랑 후레쉬 하나 들고 초행길인 린자니산 summit 등반로(사실 등반로는 아니다. 화산 재 및 조그만 암석덩어리들로 섞여있는 길)를 혼자 올라가기 시작.

   초속 40M 는 되는 맞바람에, 암흑 상태에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지 계속 현기증세가 나타났다. '왜이러지. 이런적이 없었는데..정신 차리자.' 현기증세가 계속 되다보니 구토증세 가 나오려고 한다. '참 가지가지 하는군.' 혼자 떨어져 있어 불안감 때문에 더 그런걸까, 증세가 점점 심해진다. 안되겠다 여기서 잠깐 휴식. 휴식이라고 해봤자 바람을 피할곳 이 없으니 땅에 몸을 최대한 붙여(누워야 한다) 바람이 흘러가게 놔두는 것이다.

   잠깐 쉬고 다시 일어나면 현기증세는 없어진다. 이렇게 현기증세가 없어지면 또 걷고, 다시 현기증세가 심해지면 쉬고, 이런 패턴을 계속 반복하면서 걷는다. 말이 걷는것이지 한번 걸을때 많이 걸어봤자 5~7 발자국이다. 5발자국 전진하고 잠깐 쉬고, 또 몇발자국 올라가고 나서 잠깐 쉬고..주변이 온통 화잔재 로 쌓여진 길이라, 발 디딤대가 마땅치 않다. 큰맘 먹고 발을 최대한 뻗어 한걸음 올라서면 다시 올라간 만큼의 반은 주루룩~ 미끄러져 내려온다.

   "씨x!!"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컨디션 안좋은거? 이정도는 견딜 수 있다. 개의치 않는다. 군에 있을때 이것보다 몸이 더 안좋은 상태에서도 강행군을 해본 경험이 있다. 초속 40~50M 정도의 맞바람? 괜찮다. 너 정도야 우습지. 올테면 와라. 모자란 산소때문에 힘들다고? 천천히 호흡을 길게 가다듬으면서 나아가면 된다. 다 괜찮은데, 한발 한발 디딜때마다 푹푹 꺼지는 땅은 정말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화산재 및 조그마한 자갈들로 이루어져 있는 최정상 등반로(정상에서 약 1Km 정도) 에선 마땅히 힘을 싣고 올라갈만한 디딤대가 없다. 한발한발 내딜때 마다 다시 절반은 주르륵 밀려 내려오니, 지팡이가 없으면 손과 발을 이용해 최대한 엎드려서(아기처럼) 기어 올라가는 수 밖에 없다.

   일단 손으로 최대한 멀리 뻗어 가능한 커다란 자갈을 잡고 남들이 먼저 올라간 패인 자리를 찾아 발을 거기에 꽂은다음 다시 반대쪽 손으로 패인자리를 찾아 지짐대를 만들고 같은 패턴으로 한발한발 내딛는다. 이렇게 해도 약간씩 밀려 내려오는건 어쩔수 없다.

   지팡이가 있었으면.. 무엇이든지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마찬가지로 직접 린자니 산에 오르니, 무엇이 절실한지 알게됐다. 린자니 화산 정상에 오를때는 지팡이가 있으면 정말 편하게 오를수 있다. 왜 경험많은 등반객들이 지팡이를 들고 등반을 하는지 이제서야 이해가 됐다.


Rinjani 화산 정상가는 등반로 에서


   "얼마 안남았어. 넌 할수 있을거야" 먼저 정상을 밟았던 사람 들이 내 어깨를 툭툭 쳐주며 격려한다. 같은캠핑장소 에 있었던 호주 친구들 이었다. 저 친구들은 아무런 짐이 없다. 몸이 가벼우니 아무래도 행동이 자유스러울 수 밖에..게다가 한창 나이인 20대 초반이니..

   안단테. 안단테. 어렸을때 명절날 음식장만을 하시던 어머니가 같이 준비 하자며 날 불렀을때 난 요리재료의 양을 보고 놀랐었다. "이걸 다 언제해??" 하고 물으니 가만히 날 자리에 앉히고 조용히 말씀 하신다. "사람 눈이 가장 게으른 거야. 알겠니? 욕심부리지 않고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목표에 도달하게 된단다. 남아있는 양이나 거리에 기죽지(시각에 의존하지) 말거라" 어렸을때 어머니가 알려준 진리. 한발 한발 천천히 욕심내지 말고. 안단테 안단테. 아무리 멀더라도 조금씩 하다보면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끝낼 수 있다.

   드디어 정상등반. 해발 3,726M. 정상에 오르니 좀전의 현기증도 구토증세도 말끔히 사라졌다. 여기저기 정상등반을 자축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내려다 보니 밑의 칼데라 호수와 작은 분화구가 한눈에 보인다. 확 트인시야. 더이상 오르고 싶어도 오를곳이 없는곳. 혹자는 말한다. 어차피 내려올거면서 산은 뭐하러 올라가냐고. 왜 등산을 하냐고..거기에 대한 답은 바로 이것때문이다. '거기에 그것이 있기 때문이야' 오르지 않는다면 평생 보지 못할것들,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린자니산 정상에서. 아래에 보이는 것이 분화구와 칼데라 칼데라 호수




저 작은 분화구 밑의 검은재 들이 1966년 폭발했을때의 잔재로 남아있다




정상을 등지고 쉬고 있을때, 찰칵



정상에서 현지인 가이드인 Alri 와 함께


   내려가는 길은 험하게 올라온 길이 믿어지지 않을정도로 쉬웠다. 일반적인 등산로는 올라가는 만큼 내려가는 길도 만만찮게 힘든것이 정상인데, 린자니 화산은 달랐다. 발이 푹푹 꺼지다 보니 무게 중심을 허리 뒤쪽에 두고 마치 스키타듯이 미끄러져 내려가면 된다.

   캠핑 장소까지 내려오는 데는 불과 40분정도 밖에 안걸렸다. 도착해보니 먼저 내려왔던 호주인들과 한스가 아침을 먹고 있었다. 파이와 오믈렛. 생전 그렇게 맛있는 파이는 먹어본적이 없다. 게눈 감추듯이 싹 비우고 텐트에 있으니 쌓였던 피로가 밀려온다. 도저히 이상태로는 못걸을것 같아.. 10분정도만 자볼까?



아침인 믹스과일 파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놀라 시계를 바라보니 허걱..벌써 30분이나 지나 버렸다. 잠깐 눈 붙인것 같았는데..서둘러 텐트 밖으로 나와보니 나머지 등반객들은 모두 다음 목적지인 칼데라 호수 포인트로 떠난 뒤였다. 마리오는 하산하는 다른 등반객들과 함께 베이스 캠프로 내려가버렸고 한스와 둘이서 남은 여정을 보내게 됐다. 고맙게도 이 매너 100점인 청년은 내가 잠에서 깨어날때 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꼴찌로 출발하니 서둘러야 했다. 2차 목적지인 칼데라 호수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하니 수영도 할겸 땀으로 젖은 옷 세탁(?) 도 하고 1석2조군. Alri 는 다시 flip flop 으로 신을 갈아 신었다. 발 괜찮냐고 물으니 약간 땡기지만 문제가 없다고 씨익 웃으면서 얘기한다. '강철의 사나이야 그는.'

   칼데라 호수는 해발 약 2,900M 에 있다. 정상에서 가는 길이니 당연히 내려가는 길만 있을 줄 알았는데 오르막길 과 내리막길 이 계속 반복 되었다. 이제는 서로 체력을 아끼려고 말을 극도로 아낀다.

  호수에는 오후 1시쯤 되어서야 도착했다. 수영부터 하려는 생각에 물가로 다가가서 보니, 물은 약간 더럽고 굉장히 차가웠다. 수영을 할까 말까 고민중에 있는데, 한스가 알리에게 hot spring(온천) 이 여기서 가깝냐고 묻는다. 갔다오는데 채 2시간이 안걸린다고 얘기하는 Alri.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마침 점심 식사도 한창 준비중이니 갔다오면 식사가 다 되어있을듯.



칼데라 호수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현지인들.


   생전 처음보는 자연산(?) 온천. 물 색깔은 노란색(?) 보다는 약간 오렌지 색에 가까웠다. 상층부의 온도는 너무 뜨거워 몸을 못담근다고 Alri 가 말하여서 처음 온천줄기 가 시작된 지점에서 약 500m 가량 더 내려오니 먼저 출발했던 사람들이 온천욕을 즐기고 있었다. 한스가 서둘러 옷을 벗기 시작하더니, 뛰어 들어가기 시작한다. 뭐야? 수영복으로 안갈아 입고 들어가다니??



이것이 말로만 듣던 자연산 온천 폭포.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들어가 보니 물의 온도는 약 35도 정도 되는것 같다. 게다가 작은 폭포가 흐르고 있는데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안에서 비키니를 입고 온천욕을 즐기던 여자가 아는체를 한다. Joan 이었다. 등산오는데 비키니를 챙겨오다니, 이 아가씨 한 센스 하는군...

"안녕? 좀 어때?"
"응? 뭐가?"
"전에 이런것 본적 있어?"
"아니 처음이야, 너는?"
"나도 이런건 처음봐. hot waterfall 이라니, 정말 놀랍다."
"한국엔 많이 있지 않어 이런거?"
"없어 한국엔. 이런 자연산 온천은."



물의 온도및 폭포의 물줄기 가 세서 차마 직접 물줄기를 맞을 엄두도 못낸다.


   마지막 캠핑장소인(그래봤자 2박째 지만..) Dream pos 로 이동시작. 이제는 아무 생각이 없다. 내 평생 하루에 이렇게 많은 거리를 등반해본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하루종일 걷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평소에 꾸준히 체력단련을 해왔다는 점이다. 걷기, 수영, 푸쉬업 등의 운동을 거의 매일 꾸준히 해와서 지금 이정도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캠핑장소인 dream pos 로 내려가며. 한쪽에서 구름바다가 보인다




구름 저편에 발리의 아궁산이 보인다.


   마지막 캠핑장소로 가는길은 험난했다. 중간중간 까마득한 절벽사이에 구름다리는 기본으로 건너야 하고 쓰러져 가는 철봉을 지렛대 삼아 건너야 하는 길이 계속 반복되었다. 그러나 이미 린자니산 정상을 정복한 우리 모두는 생각하기도 싫은 정상 등반로를 떠올리며 '이 정도 길이야 우습지..' 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행진할수 있었다.

   Alri 와 Hans 의 등반속도가 눈에 띄게 쳐지기 시작했다. 한스는 그렇다 치고 가이드인 Alri 는 왜 저럴까? pro 가 저런모습을 보이다니,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탓일까? Alri 가 잠시 뒤쳐져 있을때 한스가 내게 물었다.

"짐꾼 및 가이드에게 팁 얼마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거 들었어?"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넌 얼마가 적당하냐고 생각해?"
"음, 가이드 한명에 짐꾼 2명이니까.."
"내 생각에 가이드인 Alri 에게 5 USD, 포터 2명에게 각 2$ 이면 충분할것 같다"
"그래?"
"응. 그정도면 충분해. 게다가 Alri 는 자기 컨트롤에 실패했다구, 지난밤에.."
"OK"

   사실 팁을 줘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서양문화인 팁을 굳이 아시아에서(알다시피 대부분의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팁 문화가 없다) 적용해야 하는지도 의문이고, 인도네시아 에서 가이드 및 짐꾼 들에게 별도로 팁을 줘야하는 것도 관광객들이 많은 서양인들이 만들어낸 문화 아닐까. 그들은 당연히 해야 할일을 하는 것인데, 왜 별도의 pay 를 줘야 하는지..

   드디어 대장정(?) 을 마치고 캠핑장소에 다다렀다. 이번엔 porter 들이 일찍 도착해서인지, 좋은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오늘은 바람을 별로 맞지 않겠군..


역시나 린자니산에도 야생원숭이 들이 많다




두번째 캠핑장소인 dream pos 근방에서, 등반 동료였던 Hans 와 함께




현지인 가이드인 Alri 와 함께




현지인 가이드인 Alri 와 함께




2박을 묵게된 장소. 일찍 와 자리를 잡은 탓인지 명당자리를 꿰찼다




호수가 뒤편에 보이는 가운데 자릴 잡은 텐트


   저녁을 먹고 햇빛이 아직 있을때를 이용해 간만에 일지를 적고 있는데, 모두들 처음보는 한글이 신기한지 저마다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쳐다본다. "난 한글을 전혀 모르지만, 괜찮아. 눈으로 그림체(?) 를 외운후 인터넷에 네 일기를 퍼뜨릴거야 ^^" Hans 가 말했다. 푸하하. 귀여운 녀석. 그림체로 내글을 외우려면 적어도 몇년은 걸릴걸? 한국사람도 내 글을 잘 이해 못한다구. ^^

   아름다운 석양이 지고 있지만 모두들 최고의 광경을 이미 봐서인지 사진찍을 생각을 안한다. 더이상 무슨 그림이 필요할까. 아마도 말은 안하지만 모두 똑같은 생각일거야. 사진을 찍지 않는 광경이 이상해선지 alri 가 계속 Sunset! Sunset! 이라고 외친다. 우리의 대답은 모두 똑같았다. "It's ok ^^"

   저녁 7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이렇게 일찍 잠들긴 정말 오랜만. Hans와 나 둘이서 한텐트를 쓰고, 나머지 가이드와 porter 들이 다른 텐트를 사용. 오늘은 잠을 편히 잘수 있을까? 지난밤에는 많은 바람과 Alri 의 코고는 소리에 잠을제대로 못잤었다.

"너 혹시 코고냐? 지난밤에 Alri 는 아주 끔찍했거든"
"아니 안골아. 나 얌전히 자"
"오~ 다행이다."

   난 이빨을 약간 가는 습관이 있다고 얘기해 줄까 하다가 영어표현이 뭔지 몰라 걍 잤다. 시끄러우면 자기가 뭐라 그러겠지 뭐 ^^"

   여기저기 사람들 뒤척이는 소리에 잠을 깨보니 오전 7시. 거의 12시간을 잤다. 이정도로 오래 자본적은 예전 독감에 걸렸을때 쥐도새도 모르게 15시간을 자본 이후로 처음이다. Hans 는 아직도 새곤새곤 자고 있다. 옷을 추스려 입고 밖으로 나와 보니, "굿모닝 ^^" Joan 이 아침을 반겨준다. 좋은아침. 좋은 컨디션에다가 미녀가 아침을 반겨주니 더할 나위 없는 아침이다.

   모두들 아침을 먹고 하산준비에 여념이 없을때 알리가 비스켓 에다가 초콜릿을 권한다. 여기서 더 먹으라고? 더이상은 곤란해. 넘어와..

   드디어 하산이다. 안녕 린자니. 너를 잊지 못할거다. 특히 정상에 오르는 마지막 1km 는... 다시 오라면 올수 있을까? 글쎄.. 나중에 생각해보고 ^^ 내려가는 길은 전부들 다리에 알이배겨 후들후들 거리며 내려와야 만 했다.

   드디어 RIC(Rinjani Information Center) 귀환. 약간의 서류작업을 끝내고 지도를 참고삼아 우리가 걸어왔던 등반로를 살펴보니, Hans 가 새삼 놀라며 알리에게 말한다.

"이정도 거리를 하루에 걷다니. 넌 미쳤어.." 맞다. 우린 미쳤던 거다. 지지 않고 나도 한스에게 얘기한다.
"너도 마찬가지야 Hans"
"우리모두 미친거야 ^^" Alri 가 얘기하면서 셋모두 한바탕 웃어 제낀다.
"우리가 해냈어"
"그래 결국엔 해냈지."
"자. 어서 내려가서 마리오랑 같이 시원한 Bintang 한잔 들이키 자구. gogo"
"거 좋지~~ Let's go"

2007년 9월 27일 목요일

인도네시아 여행기 - 20 in Rinjani, Lombok

   7시에 출발한다고 하였으니 06:30분에는 일어나서 짐을 꾸려놓아야 한다. 여기 화장실에서는 도저히 샤워를 할 수가 없다. 시간이 되니 옆방의 Joan 이 출발하는 소리가 들린다. 덕분에 나도 기상하여 짐을 꾸리니 6시50분. 대충 씻자하고 세수만 간략히 한다음 본격적인 등반준비 시작.

   아궁산을 등반할때는 긴바지를 입고 했었는데 등반전문 팬츠가 아니라 행동에 제약이 많았다. 이번엔 반바지를 입고 등반하도록 하자. 날씨도 좋으니, 등반하다 추워지면 가져가는 긴팔 점퍼와 롱팬츠로 갈아입으면 되겠지. 7시 10분쯤 지났을까.. 도무지 기다려도 오질 않자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위쪽에 있는 호텔소속 식당에가서 등반팀이 왜이렇게 늦냐고 묻자, 연락을 해볼테니 기다리란다.

   벌써 07:40분. 현지인 가이드인 Alri 가 식당에 와서 같이등반하기로 한 호주인 2명이 좀 늦어서 어쩔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지금 가면 돼?" 등반팀이 밑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좋아. 그럼 가야지 ^^

"난 진호야. 만나서 반가워 ^^"
"난 Hans"
"Mario 야. 만나서 반갑다"

   같이 등반하게될 호주인 2명은 인상이 참 밝은 친구들이었다. 자, 이렇게 셋이 드디어 린자니 산을 정복하러 출발하는 한 팀이 되었다. western 이니 이 친구들 체력도 분명히 좋을것이다.(이건 편견인가?) 좋은 느낌. 나머지 짐을 Armet 에게 맡기고 나오려는데 갑자기 붙잡는다.

   "호주인들한테 얼마 냈다고 얘기하면 안돼. 쟤들은 이미 1.5million 씩 지불했어. 그러니까 저얼때 넌 1.2million 지불했다고 쟤들한테 얘기하지 말어. 알겠지?" 신신당부를 한다. 저 친구들은 쁘라마를 통해 등록한건가? 쁘라마는 리스트 프라이스가 1.6 million 이던데.. 어쨌든 Armet 에게 알겠다고 얘기해줬다. 역시 이곳으로 바로 와서 등록한것이 그나마 싸게 먹혔다는 재확인과 함께..



린자니산 여정길에 있는 작은 마을




   산으로 오르려면 일단 RIC(Rinjani Information Center) 에서 등반객 입장료와 간단한 신상정보를 등록하고 올라야 한다. 세나루에 있는 호텔에서 RIC 까지 가는데 약 1시간정도 걸려서 도착. 입산정보를 등록하고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와 짐꾼들과 가이드인 Alri 와 합류. 드디어 린자니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호주인 들은 31살의 동갑내기 친구들이었다. RIC 폼에 등록한 직업정보를 보았을때는 한스는 디자이너, 마리오는 보안전문가 였다. 서로간에 직업도 알게됐고하니 마리오가 나보고 무슨 엔지니어 냐고 묻는다. 직업란에 엔지니어라고 적었더니 궁금한가 보다. "컴퓨터 엔지니어야. 너는? 보안쪽이면 컴퓨터 보안? 아니면 네트워크 쪽?" "아니, 여러가지 시스템 보안일을 하고, 또 어쩌고 저쩌고..." 이 친구들 말 빨리 하면 못알아듣는다.

"한스는 친구인가 보지?"
"응. 우린 어렸을때 같이 자랐어 호주에서"
"우정이라.. 보기좋군"

   1시간 쯤 올랐을까. 온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한다. 짐꾼들은 약 30~40 kg 정도 되는 짐을 들고서 아무렇지도 않게 터벅터벅 올라가더니 급기야 우릴 따돌리고 먼저 올라가기 시작한다. 1차 휴식지 인 Pos 1에 먼저 도착하여 점심식사 준비를 하겠다며..

   가이드인 Alri 는 린자니 산에 15번째 오른다고 한다. 외모(?)에 비해 경험이 그리 많지는 않은것 같다. 그러나 짐꾼을 포함한 가이드 일행이 신고 있는 신발은 flip flop 이었다. 그거 신고 등반해도 괜찮냐고 물으니 "No problem" 이란다. 뒤를 따라오고 있는 호주 친구들도 대단하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 설레 젓는다. 가이드 일행을 제외한 우리모두는 등산화를 신고 있다.

   짐꾼의 짐은 개당 약 30~40kg 정도 되는것 같다. 각각 커다란 바구니에 짐을 싣고, 굵고 튼튼한 나무로 어깨 받침대를 삼고 나무 양쪽에 대형 바구니를 튼튼한 밧줄로 동여맨다. 바구니에 3일동안 먹어야 할 음식들, 텐트, 침낭, 비상약품 등 의 짐들이 담겨있다.

   약 2시간 정도 등반을 하니 마리오 가 눈에 뛰게 지친듯한 기색을 보인다. 괜찮냐고 물으니 셍기기에서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어깨를 다쳤단다. 저런, 그런몸으로 린자니 화산 등반을 시도하다니, 놀랍군. 하여간 웨스턴들의 저 도전정신과 모험정신은 높게 사줄수 밖에 없다. 이건 여행 내내 느낀거지만 동양인, 특히 대부분의 한국인 들은 알려진 곳 아니면 혹은 그룹여행이라던지 외에는 잘 가려고 하지 않는것 같다. 그래서 그럴까.. 인도네시아 를 돌아다니며 한국인들을 만나본적은 발리에서 Ubut 및 Kuta 지역(이곳은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외에는 보질 못했다.

   2시간 정도 더 오른 후 마침내 첫번째 휴식장소인 오래된 콘크리트로 지어진 대형 다리 같은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짐꾼들은 이미 도착하여 점심준비에 여념이 없다.



첫번째 휴식지인 장소. 햇빛을 피해 다리밑 그늘에서 점심을 먹는다.




점심 준비에 한창인 가이드와 짐꾼들.




지지고 볶고...




치즈 같이 보여 하나 집어먹었더니..밋밋한 맛이 난다(찌게용 으로 쓰임)


   린자니 화산에도 역시나 원숭이 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데 음식 냄새를 맡았는지 주변에서 하나둘씩 몰려들기 시작한다. 바나나 하나를 들고 원숭이들 가까이 다가가니 이놈들 도망가기 바쁘다. "자. 이거 먹어라~" 바나나 1개를 까서 내밀었다.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원숭이. 원숭이는 사삭어로 고덱(Godek) 이라고 불린다. 한손으론 카메라를 한손으론 바나나를 들고 유혹하는것이 낯설어서 일까. 쉽사리 다가오질 않는다.

   "손 조심해" 한스가 말했다. 잽싸게 낚아 채면 원숭이 손톱에 의해 상처를 입을수 도 있어. 상처가 생기면 이런저런 세균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 그건 위험하지. 그러나 이런것저런것 신경쓰다보면 얻는게 없는법. 껍질을 깐채 계속 유혹을 하자 무리중 가장 덩치 큰놈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이놈이 리더군' 한스의 걱정과는 다르게 얌전히(?) 바나나를 두손으로 가져간다.



원숭이 무리중 보스로 보이는 놈이 다가와 바나나를 받아간다


   점심은 잡탕수프. 1인분에 2사람 몫정도는 되보인다. 거기에 밥은 별도. 린자니산을 등반하려면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니, 많이 먹어야 하는건 필수라고 한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많다. (등반 내내 매끼마다 많은양의 식사를 제공) 한스, 마리오도 나중엔 다 못먹겠다고 조금만 달라고 부탁했을 정도니까.. 밥을 다 먹으니 디저트가 기다리고 있다. 바나나, 파인애플. 과일은 아무리 배불러도 한두개 쯤이야 먹을 수 있지. 게다가 현지 과일은 정말 맛있었다.



린자니표 점심. 라면을 곁들인 잡탕과 밥. 맛은 있는데 양이...


   배가 터지도록 먹고 난후 등반 재시작. 마리오의 어깨가 많이 안좋은가 보다. 한스가 마리오의 배낭을 들고 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조금씩 조금씩 뒤쳐지기 시작. "마리오. 정말 괜찮은거야 어깨?" 내가 물어보니 괜찮다고 걱정 말란다. 진짜로 괜찮은 건지 아님 자기 혼자 쳐지니까 미안해서 그랬는지 잘 모르지만, 어쨌든 등반은 계속 된다.

   "구름이 오고 있어." 가이드인 Alri 가 말했다. 해발이 좀 높아져서 그런지 구름이 산 중턱 밑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우리쪽으로 올라온다. 이것도 고산지대 에서만 볼수 있는 특권이겠지. 잠시 후 구름에 완전히 뒤덮이자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약 5초간 짧게 '쏴아~~' 하고 비가 내렸다. 구름에 뒤덮인 산을 산을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으니 마치 예전 TV 시리즈물인 '전설의 고향' 한장면을 보는듯 했다.


산 중턱에서..본격적으로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점점 앞이 안보일 정도로 구름에 휩쌓인다.




대낮에도 구름에 가려 희뿌옇게 보인다. 전설의 고향에선 이때쯤 항상 구미호가....




잠깐 휴식을 틈타 재정비하는 팀원들.


   텐트들이 보이기 시작. 첫번째 묵을 장소인 Pos II 에 도착. 자세히 보니 등반객 들이 꽤 많았다. 약 3군데의 캠핑장소가 위아래로 나뉘어져 자릴 잡고 있었는데 우린 맨 꼭대기에 자릴 잡았다. 늦게 도착해서 가장 안좋은 장소를 택할 수 밖에 없었나 보다. 텐트들 사이로 중간쯤 지나고 있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Joan 이었다.

"여~ 안녕?"
"응 안녕?"
"좋아보인다. 사진은 많이 찍었어?"
"뭐라고?"
"사진은 많이 찍었냐고?"
"응. 너는?"
"어. 여기 굉장한데? 많이 찍었지. 컨디션은 괜찮니?"
"응. 땡큐~"
"나중에 보자. 등반원들이 기다리고 있어"
"그래. 나중에 봐"

   내 발음이 이상한가. 몇번씩 말해도 잘 못알듣는 모양이었다. 프랑스 미인 Joan. 혼자 린자니 산을 등반하러 오다니, Joan of Arc 의 후손인가.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치지 않을수가 없었다. 게다가 허리까지 내려오는 적색머리에 이쁘기 까지 하니, 산에온 뭇남성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건 당연지사. (혹시 이걸 노리고 온걸까? ㅎㅎ)

   가이드를 제외하고 등반객중에 Western 말고 Asian 좀 봤으면 하는 바람에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동양인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이여 분발하자. 저 멀리 이국땅인 프랑스에서도 여자혼자 린자니산을 등반하고자 오는 사람도 있잖은가. 일단 와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사실..

   캠핑장소인 3번째 고개엔 호주인들이 많았다. 역시 인도네시아 최다방문 국가 답게 어디를 가도 항상 호주사람은 만날수 있었다. 한스, 마리오도 무리에 같이 섞여서 신나게 수다를 떤다. 이상하게 호주사람들 끼리 하는 영어는 정말 못알아 듣겠다. 호주에도 지방 사투리를 사용하는 건가? 나한테 얘기하는것은 어느정도 알아듣겠는데 자기들끼리 하는 엑센트는 정말 알아듣기 힘들다. 덕분에 대화에 참여하고 싶어도 할수가 없었다.



여러 등반팀들의 텐트들을 지나...




첫번째 캠핑장소인 Sempit 포인트에 도착




짐을 풀자마자 저녁준비에 여념이 없는 짐꾼들. 치킨을 볶고 있다


   저녁은 나시고렝(볶음밥) 이었는데 물론 2사람이 먹어도 충분할 양. 디저트는 기본임. 구름이 좀 걷히자 곳곳에서 장관을 연출한다. 기막힌 일몰광경. 그래 이거다. 이것 때문이라도 여기에 오려고 지불한 1.2 million 은 본전을 찾고도 남는다. 세상에...저것이 칼데라 호수인가?




구름이 걷히자 여기저기 모습을 감췄던 광경들이 튀어나오기 시작.




주변 관광객 모두 사진찍느라 정신이 없다.




장관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아름다운 린자니산 주변광경




구름이 걷히고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베일에 갇혀 있던 푸른색의 칼데라 호수가 보이기 시작.




저곳이 바로 칼데라 호수. 네시가 살고 있다는 소문도..(퍽!)




칼데라 호수를 배경으로 찰칵. 근데 누구신지...Orz




아름다운 노을 광경.


   내일은 Summit(정상) 등반이다. 일출을 보려면 새벽 03:00 에는 올라가야 한다. 그러려면 적어도 02:30 분에는 일어나서 짐 정리및 준비작업을 해야 한다.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자자.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긴 하지만 침낭과 텐트가 있으니 별 문제가 없겠지. (결국 이건 오산이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 텐트가 굉장히 많이 흔들렸다. 잠을 제대로 잘수 있을리가 만무 했다. 그런데도 경험많은 가이드인 Alri 는 옆에서 "드르렁~" 거리며 잘만 자고 있다. 열받네..확 물을 끼얹어 버릴까..)

2007년 9월 26일 수요일

인도네시아 여행기 - 19 in Senaru, Lombok

   린자니 화산(Gunnung Rinjani) 해발 3,726M. 인도네시아 최정상급 활화산. 분화구 속에는 폭 8.5 km, 길이 6 km 나 되는 칼데라 호수가 있다. 이 호수는 작은 바다라는 의미로 현지어로 '스가라 아낙' 이라고 불린다. 린자니 산 일대는 1977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울창한 열대림과 폭포, 분화구를 품고 있는 린자니산. 롬복 사람들은 린자니 산을 경배하는 마음으로 보름날 밤 산에 올라가, 호수 안에 제물을 바친다. 칼데라호 동북쪽에는 꼬꼭 뿌띠 온천이 있다. 질병 치유 효능이 있다고 해서 현지인 및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 린자니 산은 높은 해발때문에 하루중 대부분이 안개와 구름에 가려 있다. 등반 코스는 RTC(Rinjani Trekking Centre)에서 제공하는 레귤러 코스가 2박3일 이고 3박4일 및 5박6일 코스까지 있다.

   롬복에 온이상 이놈은 반드시 정복해야 한다. 이제는 등산장비 까지 갖춰놨으니, 거리낄 이유가 없다. 여행사에 등록하여 다른 사람이 join 할때 까지 마냥 기다리느니, 그냥 RTC 로 직접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쁘라마 및 대부분의 여행사의 린자니 화산 등반 프로그램도 결국엔 RTC 에 가이드 및 짐꾼, 일정 등을 신청해야 한다)


분화중인 린자니화산. 최근 폭발 기록은 1966년이다(웹 발췌)





   "똑똑!" 노크소리에 잠을깨 시계를 쳐다보니, 아침 7시. 역시나 아침먹으라고 몸소 갖다준다. 게다가 룸서비스 요원(?)은 호텔 경비원 이었다. 제복차림에 진압용 몽둥이 를 옆에차고 '아침식사 입니다.' 라니....계란후라이 라도 하나 갖다달라면 영창이라도 보내는건가...Orz

   호텔 옆 항공사에 부킹하러 갔는데 컴퓨터 고장이라고 10시쯤 다시 오라고한다. 한국행 비행기가 새벽 03:00 에 발리 덴파사르 공항에서 출발하니 적어도 전날에는 발리에 도착해야 한다. 그러려면 미리 항공권을 끊어놓는 것이 상책. 컴퓨터가 고장났다니 할수 없이 구두예약만 해놓고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하고 항공사를 빠져나옴.

   만다리카 터미널(Mandalika in Mataram) -> 안야르(Anyar) 까지 버스 -> 세나루(Senaru) 까지 베모 버스 이용 -> 린자니 트레킹 센터(RTC) 까지 택시건 베모건 아무거나 타고가기. 론니에 소개된 세나루 까지의 교통편을 참조하며 만다리카 터미널로 블루버드 택시를 타고 가는데, 택시기사 왈. "세나루 까지 버스로 가게? 버스는 정류장도 너무 많고, 사람도 너무 많아. 시간도 오래걸리고. 나랑 같이가. 나는 네가 기다려 달라면 기다리고 편~하게 거기 까지 갈수 있어." 가격이 얼마정도 하냐고 묻자 200,000(약 2만원) 루피아 정도 밖에 안한다고 한다. 당연히 버스타고 가야지.

   계속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는 택시기사를 등지고 드디어 만다리카 버스 터미널 도착. 내리자 마자 호객꾼들이 8명정도 들러붙어서 어디가냐고 집요하게 묻는다. 간신히 뿌리치고 다짜고짜 터미널로 보이는 건물 안에 들어가보니 티켓 판매원이 보이지 않는다. 안내원도 전혀 없다. 뭐지...이건, 어딜가야 티켓을 살 수가 있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수 밖에.

   결국 호객꾼 에게 세나루로 가는 대중버스편을 물어보니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다. 따라가보니 결국 아까 택시에서 내렸던 곳에 가서 똑같은 호객꾼들 에게 둘러쌓인다. 나....뭐한거지?

   결국 이런저런 협상끝에 호텔까지 귀환, 그리고 항공사 들렸다가 세나루까지 220,000 루피아 에 합의. 이정도면 합리적인 가격이다. 호객꾼 중 영어를 제일 잘하는 사람은 29살의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아무래도 영어를 할줄 아는 사람이 있으면 관광객들에게 이런 교통편 뿐 아니라 관광지 예약도 가능하니, 통역하는 사람에게 수수료로 얼마가 떨어지나 보다.

   자신의 큰형이 RTC 에 있다고 린자니 산 등반을 예약하려면 큰형을 소개시켜주겠다고 얘기한다. "Good, Thankyou"

   호텔로 돌아와 짐을 모두 챙기고, 항공사에 들려 발리행 비행기표를 재 예약 하려 하니, 아직도 컴퓨터가 안 고쳐졌단다. 할수없다. 일단 3~4일 후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이야기 하고 봉고차로 돌아와 세나루를 향해 출발. 드디어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높은 산인 린자니 산으로 간다. 기다려라.

   만다리카 터미널의 호객꾼(?) 의 큰형 이름은 아멧(Amet) 이었다. 반갑다는 인사를 하고 트래킹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혼자 올라갈것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정해진 가격표를 보여준다. 컥...인도네시아 에서 이렇게 비싼 관광프로그램 은 본적이 없다. 1 pax(1 인) 일경우 가격이 무려 2 milion 이 넘는다. 한화로 약 21만원. 그것도 2박3일의 일반 코스가격이라니.. 2~3 인 일 경우 가격은 1.1 million 이다. 거의 1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다니..



린자니 산 트레킹 센터를 운영하는 Amet


   당연히 2~3인용 코스로 등록하고 나서, 내일 등반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자기도 확실히 모른댄다. 호주인 2명이 예약하기는 했는데 내일 가봐야 알겠다고 한다. 아멧에게 싸고 좋은 호텔 소개시켜달라고 하니, 안내해주겠다고 한다.

"린자니 화산 등반 많이 와 사람들?"
"많이 오지"
"얼마나 많이?"
"건기에는 하루에 2-300 명씩 와"
"와우. 엄청나군. 아멧. 너도 린자니산 가이드 하니?"
"지금은 안해"

   소개받은 호텔은 잠자리만 가능한 곳이다. 하룻방에 75,000 루피아. 짐만 풀어놓고 밖에 나와서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남는 시간을 활용하기 딱 좋은게 있지. 바로 론니에 나와있는 2개의 거대한 폭포이다. 구경가자!!!



초저가 호텔. 하룻밤 가격은 75,000 루피아




잠만 잘수 있도록 만들...




화장실은 저 유명한 호러게임 '사일런트 힐' 을 생각나게 만든다 ^^




그러나 호텔 정면으로 나오면 잔디테라스 와 전망좋은곳이 있는곳.


   호텔에 소속된 뒷편의 레스토랑(호텔보다 더 크다..)으로 가니 폭포관광 프로그램이 있다. 1인일 경우 가격은 180,000 루피아. 2 or more 일 경우 가격은 95,000 루피아. 주인이 1 person 용으로 끊으려는걸 다른일행 들과 함께 가겠다고 바득바득 우기니 단체용으로 끊어준다.

   얼마나 기다려야 되냐고 식당주인에게 물어보니, 지금 바로 간단다. 조금 있으니 아니나 다를까 가이드로 보이는 청년(?) 한명 발견. 식당으로 쫄래쫄래 들어와서는 나를 한번 슬쩍 살펴보고는 자기가 폭포관광 가이드라고 얘기하며 바로 출발하자고 보챈다. 뭐지? 나 혼자 가는거였나? 돈은 분명 2~3인 이상 패키지로 지불했었는데? 여기서는 확정가 라는게 없나보다. 특히나 관광,여행 같은 상품의 경우 흥정은 필수라는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가이드 이름은 '렐리' 였다. 한국인을 좋아한다고 처음부터 아부성(?) 멘트를 날리더니 2년전에 한국인 14명이 여기를 왔다갔는데 팁을 무려 50 USD 를 주고 갔다며 입에 침이 닳도록 칭찬을 한다.

"팁을 줘야해? 가이드 한테?"
"많은 사람들이 가이드 에게 고맙다는 표시로 팁을 줘. 주고싶으면 주고 아니면 안줘도 되. 너에게 달려있어"

   또 나왔다. 제일 싫어하는 말. '너에게 달려있어' 그건 그렇고 50 USD 면 너무 많은 돈이다. 기분좋아 준것치고는. 필요이상으로 많은 팁은 다음에 올 관광객들에게도 좋지 않다.






세나루 에서 약 20분 정도 산행하면 나오는 신당길라 폭포(Air Terjun Singsang Gila)




나무 사이로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예술이다.



신당길라 폭포 영상.




신당길라 폭포에서 약 30~40분 더 올라가면 나타나는 띠유껠렙(Tiu Kelep) 폭포. 약 90M 달하는 높이에서 뿜어져 내려온다. 이곳에선 수영도 가능



띠유껠렙 폭포 영상 1



띠유껠렙 폭포 영상 2




현지인 가이드 와 함께


   폭포 관광을 마치고 이 친구에게 팁을 줘야 할까 말까를 놓고 한참 고민하는데, 이 친구 한국이 너무좋아 라는 말로 열창을 한다. 결국 밥사주고(27,000 루피아) 별도의 팁 10,000 루피아 를 주고 빠이빠이.



저녁인 치킨샌드위치. 씹어먹기에는 조금 큰 치킨에서 냄새가 약간 난다 *^^*


   자신을 Joan 이라고 소개한 같은 벙갈로 에 묵게된 미모의 프렌치 여자는 Sengigi 에서 오는 길이라고 했다. 자신도 내일 린자니에 오를거라면서, 나와는 다른 루트로 오를거라고 한다. Western 들은 혼자다니는 여자들도 많은데 이상하게도 거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동양인들은 혼자 여행다니는 여자들은 거의 없다. 발리에서 몇명 봤었는데 그나마 일본인 이었다. 게다가 이곳은 악명높기로 유명한 린자니 화산아닌가..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란건가. 그런면에서 이 프랑스 여자는 어떤면에선 존경심이 든다.

   "께에에~ 꿍~께꿍~께꿍" 생전 처음 들어보는 너무나 기이한 소리.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나 깨끗하고 맑은소리 게다가 저렇게 우렁차고 또렷하게 들리니 머릿속에 깊이 각인된다. 나를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 모두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저 이국적인 소리에 근원지를 쳐다보며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대체 저게 무슨소리지? 무슨 동물이야?"

   소리의 범인은 또께(Toke)라고 불리는 도마뱀 처럼 생긴 녀석이다. 열대 지방에 사는 야행성 동물로 찌짝(Cecak)보다 크고 몸에 반점이 있다. 어두운 곳에 숨어 지내기 때문에 좀처럼 사람눈에 띄지 않는다. 나무 및 숲이 있는 곳에 많이 서식한다. 어둠속에서 이놈은 울기 전에 준비운동(?)으로 작게 몇번 그르렁(?) 거린다음 큰소리로 쩌렁쩌렁 하게 몇번씩 울어댔다.


기이하고도 청령한 소리로 쩌렁쩌렁 울어대는 또께 Toke. 누구라도 이소리를 듣는순간 그 독특함이 머릿속에 각인될것이다. (웹 발췌)


   내일은 아침일찍 린자니산을 등반해야 한다. 최대한 일찍 등산장비를 세팅해놓고 자도록하자. 저녁먹고 곧바로 방으로 귀환.

2007년 9월 24일 월요일

인도네시아 여행기 - 18 in Mataram, Lombok


Flip flop. 일명 조리라고 불림.


   피부가 좀 여린 편인 나는 왠만해선 맨발에 신는 샌들이나 신발을 잘 신지 않는다. 익숙해질때 까지 발에 무수한 상처를 입어야 하기 때문. 트라왕간 섬에서 산 싸구려 flip flop(일명 조리) 과 다이빙 할때 신는 오리발 때문에 발등 곳곳에 상처를 입지 않은곳이 없다. 상처가 난곳에 계속 샌들및 오리발과 마찰이 있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더이상 딱지도 생기질 않는다. 세균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철저히 위생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아침이 피곤하다. 발이 욱신욱신 거리고 일어나고 싶지가 않다. 좀더 자자. 여긴 어차피 수영장도 없으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봤자 할게 없어...

   "따르릉~~" 전화벨 소리에 잠을깨 후다닥 받아보니 Sasak 어(롬복섬 주민들이 사용하는 언어. 표준어인 인니어와 좀 틀리다) 로 무엇인가 계속 얘기한다. 여기는 종업원들이 투숙객 이 누군지도 모르고 전화를 하나? 적어도 외국인이 투숙하고 있다는것을 알았다면 영어로 얘기했을텐데..그만큼 현지인들이 많이 묵는 다는 얘기도 되겠지.

   "영어로 얘기해주세요" 한참을 듣고 있으니 아침을 어떻게 할것이냐고 묻는것 같다. 맞다. 여긴 레스토랑이 없었지. 어떻게 한다.."내방으로 갖다줄수 있어요?" "OK" 음..근데 아침식사 제공이었던가? 잘 기억이 안난다. 그나저나 인도네시아 돌아다니며 아침에 전화로 깨워서 아침식사 어떡할거냐고 묻는 호텔은 처음이다. 황당하네..에라 모르겠다. 귀찮다. 아침 갖다주기 까지 조금 시간이 있을테니 좀더 잠이나 자자.




   20분쯤 지났을까.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벨보이 였다. 이것이 아침인가? 정말 간단하군 ^^ "OK. 고마워요"



standard room 에서 제공되는 아침식사. real simple 이라는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상처에 밴드로 완전무장을 하고 양말을 신은다음 운동화를 신었는데도, 발 전체가 욱신욱신 거린다. 아무래도 상처에 세균이 감염된건 아닐까. 그럴리가..매일 저녁 소독을 하고 연고를 바른다음, 밴드도 하루에 한번씩 갈아주었다. 세균이 감염되었을 리는 없어. 과민반응 보이지 말자. 단지 조금 피곤해서 그럴뿐이야.




호텔의 계단 밑을 살펴보니, 종교의식을 위한 작은 사원이 동굴처럼 만들어져 있다


   마타람으로 온이유는 롬복의 다운타운 거리이고 주변에 볼거리가 좀더 많은것 같아 셍기기가 아닌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론니에서 주변정보 부터 살펴볼까. 어디보자 일단, 주변에 대형 쇼핑몰이 있고, 역시 여러개의 크고작은 사원들...어라? Water palace? 물의궁전이라...이 나라는 왜이렇게 물과 관련된 사원, 궁전이 많은 걸까. 섬나라라 지리학적으로 관련이 있을수 밖에 없겠지..오케이 오늘의 첫 목표는 여기다. 게다가 거리도 별로 멀지 않으니 걸어서 가도록 하자.

   Mayura water palace. 약 1700년대에 지어졌으며 물위에 지어진 궁전으로 유명하다. 이곳을 찾으려 한참을 헤맸는데..도대체 입구가 어디인거냐. 지도상으로는 여기 쯤이 맞는데...도대체 나타나질 않는다. 할수없이 주변사람에게 물어보니 골목길로 한참을 들어가야 한단다. 그럼 그렇지. 큰길가에는 없었던 게야..

   궁전은 이곳이 정말 관광명소인지 의문이 들정도로 관리가 허술했다. 조그만 입구에서 들어가려고 하니 한 남자가 막아서는데, 들어가려면 슬렌당 대여로 와 입장료 3,000 루피아를 내라고 한다. 돈을 지불하고 방명록에 사인을 하려고 보니 기존에 다녀간 관광객중 nationality 가 Korea 인 사람은 내가 처음이었다.



마유라 수상궁전에서 현지인 들이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사원 곳곳에 보이는 1인전용(?) 닭장. 닭들을 저런 작은 바구니에 한마리씩 가둬놓는다.


   '이상하다 분명히 이쯤이 맞을텐데..' 론니 플라넷 정보로는 분명히 이근처가 맞다고 나와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아무리 론니라도 한두개 틀린 정보도 있을수 있겠지. 아무래도 출판이후 시간이 좀 지나서 다른데로 옮겼거나 망해서 없어졌나보다. 책에 나와있는 2군데의 여행자 정보센터 모두 보이지를 않는다. 셍기기 에서는 그나마 관광정보 센터는 많이 보였었는데... 잘못 온 것일까..

   베모(Bemo. 값이싸고, 마땅히 정해진 정류장이 없이 손님이 가자는 대로 가는 public 봉고)라는 것을 처음타보았는데 가격이 무척이나 착하다. 현지인이 이용할때 내는 교통비를 제대로 알고 있을경우 택시를 타면 막심한 손해라는 현실을 깨우치게 만든 장본인이다. 물론 외국인에겐 foreign price 가 별도로 있다. 흥정은 필수.

   "도대체 어디있는거야. 정말??" 벌써 한시간째 헤매고 있다. 택시기사 도 모르고 현지인 들도 모르고 대체 지도에 나와있는 정보는 거짓이란 말인가.. 이래선 안되겠다. 여기는 포기하고 마타람에 있는 쁘라마 오피스로 가자. 여긴 그래도 지도에 맞게 나와있겠지. 엇? 그러고 보니 오늘은 일요일? 일요일이라서 혹시 여기도 쉬는건가?

   이렇게 한산한 쁘라마 오피스는 인도네시아 온 이후로 처음. 닫혀있는 줄 알았던 문이 슬며시 밀자 열렸다. "계세요?" 안에 들어가 외치니 안에서 젊은여자 목소리가 들려온다. "네~" 연달아 달려오는 아기 울음소리. 한창 애보고 있는중인가 보다.

"린자니(Rinjani) 화산 트래킹 신청하려고 하는데요"
"언제 가려고요?"
"내일 모레요"
"몇명 이에요?"
"저 혼자."
"음. 그건 최소한 2명이상 되어야 출발이 가능해요"
"알아요. 그래도 나같은 사람이 있나 한번 확인해 주실래요? 본부에"
"잠깐만요.."
"참. 그리고 내일은 Kuta 행 버스가 있는지 알아봐 주실래요?"
"롬복 에 있는 꾸따?"
"넵"

   아무래도 롬복의 경유지를 마따람 으로 선택한건 실수 였나 보다. 책에는 다운타운 이고 롬복섬의 수도 뻘이 된다고 하여서 항구이고 해변가인 셍기기 보단 편의시설이나 관광서비스 가 잘되어 있을것 같다고 생각하였었는데..

"미안하지만, 내일 Kuta 행 버스는 없군요. 그리고 린자니화산 트래킹 신청한 사람도 없고요."
'이런, 스케쥴에 차질이 생기는군.' "그럼 일단, 제 이름하고 호텔 적어놓을께요. 만일 사람이 더 모이면 저한테 연락 부탁드려요"

   발등이 계속 욱신거린다. 왜이러지.. 그깟 좀 까졌다고 이렇게 까지 욱신거리나? 그래도 어쩔수 없다. 여행하는 동안은 참아야 한다.

   마따람 은 인도네시아 내부에서도 도로가 넓고 잘 만들어진 편에 속한다. 그러다 보니 차나 오토바이가 많다. 그래서 그럴까? 한참을 걸어도 식료품점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저기 노점상이 몇개 보이긴 하지만 시원한 음료나 물은 팔지 않는다. '냉장고가 있는곳을 가야돼'

   한참을 걷다 드디어 규모가 왠만큼 되는 가게 발견. 갈증에 목이 메어 허겁지겁 뛰어 들어가 "아쿠아. 아쿠아" 하고 외쳐댔다. 그러나 가게에 아무도 없.......Orz

   약 10초 정도 지났을까. 안에서 여자한명이 무표정으로 나와서 카운터에 선다. 잽싸게 냉장고에서 아쿠아 대자리 한병을 꺼내 카운터에 놓고 가격을 물어보니, 3,000 루피아 란다. 헉! 왜일케 싸지? Gili 섬에서는 작은것도 3,000 루피아 였는데.. 암튼 계산을 하고 그자리에서 약 0.5L 정도를 벌컥벌컥 마셔대자 점원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캬~ 물맛한번 죽이는군!' ^^

   마타람 몰에 들려 스포츠&레져 전문 샵으로 들어가 등산화 및 점퍼, 모자, 배낭 등..등산용품 을 닥치는 대로 구매했다. 린자니 화산 등반 코스는 최소한 2박3일 일정으로 가야 하니, 어차피 사야하는거 가격도 여기가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니 만반의 준비도 할겸 지를건 지르자..그나저나, 북쪽얼굴(North xxce) 대형 등산배낭이 3만원 밖에 안하다니, 싸긴 정말 싸군. 온김에 이것도 사자. ^^

   결국엔 등산용 모자, 바지, 셔츠, 등산화, 점퍼, 기능성 가방 등 전부 합쳐서 882,500 루피아를 현금으로 결제하고 나오니 레져샵 직원들이 한달 팔거 오늘 다 팔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작별 인사를 한다. 이제 준비물도 갖췄으니 본격적으로 인도네시아 에서 세번째로 높은 활화산인 린자니산 등반 준비를 하도록 하자.

   쇼핑몰의 약국에 들려 밴드 및 응급처방약 등을 구입하고 호텔로 귀환. 짐을 내려놓고 근처 PC 방에 갔는데, 어딜가도 한글이 되는곳이 없다. 읽을수라도 있다면 그럭저럭 사용했을텐데, 아예 랭귀지 팩 자체가 안깔려 있다. 물론 일본어는 설치가 되어있다. 언어팩 설치좀 하게 윈도우 XP CD 를 달라고 하니 불법 카피가 겁나는지 PC방 주인들은 하나같이 없다고 한다..아니 그럼 저 많은 PC 들은 무엇으로 설치했단 말이에요?? 라고 따져도 막무가내다. 없단다...포기다.

   호텔로 돌아오니, 처음 체크인 할때 부터 짐을 들어주며 방을 안내했었던 벨보이가 반긴다. 이 친구 정말 잘생긴데다가 키가 185 cm 는 되보인다. 외모도 나랑 비슷한 구석이 많고(퍽!), 키도 엇비슷 하니(퍽!퍽!) 우린 금새 친구가...*^^*